입김이 시리도록 추운 겨울 날
홀로 남은 비둘기가 목적지 없이 하늘을 난다
끊임 없이 부딪히던 난기류에
정신없이 휘청이고
고꾸라지는 것을 반복하다
이내 모든것을 내려놓았다
이대로 떨어진다면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았다
머리로 내리꽂고
맞닿은 차가운 공기가
따스하게 느껴졌다
내가 남들과 다를바가 없이 똑같다는 사실과
목적, 의미 없이 날기만 하면
결국 추락한다는 사실이
내 이상을 망가뜨린다
나를 좋아하던 이에게
좋은 기억만 남기고 가리라는
다짐을 뒤로 한채 정답만을 강요하였고,
소중한 것을 포기하고
비둘기 무리에 스며들기를 바랐다.
결국 그 어느 것도 얻지 못하고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나의 신념, 사랑, 열정, 노력
이런것들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고
같이 멀리 떠나가자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이별을 한번 고했을때
극복할수 있다 믿었던 마음이
두번째 고했을때는 불가능으로 바뀌었다
세번째부터는 점점 식어가는 마음과
사랑한다고 믿었던 행동들이
서로 맞지 않았다
피식자로서의 인생이 길었던지라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속에서
도망만 할 줄 알았고
무리하게 앞으로 나아가기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었다
거칠게 하늘을 가로질러
칼처럼 날카롭게 스쳐가는 바람들에
상처들이 계속해서 생겼지만
계속 나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픔에 눈물이 날거 같았다
아픈 상처는 곪고 곪아
더 큰 고통을 주고 말았다
후회되는 일이지만
이미 터져버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었다
아픔을 보살피고
다시 되돌아 보았어야 했다
저 깊은 바다로 떨어져가는
이 몸뚱이를 움직여야함을 깨달았을 땐
이미 차디찬 바닷물이 온몸을 감싸 안고 있었다
이대로 사라져버린다면 편하겠지
바보같이 날기만 하는게 좋다면서
저 깊은 나락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눈을 살며시 감았다
영혼이 잘게 쪼개어져
작은 공기방울이 되어
수면으로 조금씩 올라간다
그렇게 빈 껍데기만 남았다
난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저 아픈 이의 아픔이 빨리 낫기를 빌 것
조용히 잘 지나가기를 바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