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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삶은 나를 끌어안고 놓지 않는다

COM2IT 2021. 11. 2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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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해지기 시작한 시간에 다리 위를 걷다가

유독 밝게 빛나는 불빛들이 보였다.

빠르게 다가오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고

멀리서 빛나기도 하지만

나는 빛나지 못했다.

 

가로등 하나하나 건널때 마다

나를 비추는 조명은

눈이 부셔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땅을 보다가

다시 하늘이 보고싶어 고개를 들다

지레 눈이 감겼다.

조명 밑 짙은 주황 불빛은

눈꺼풀 위로 눈이 타들어갈 듯 내리꽂혔다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다

그러자 다시 어두워졌다.

그러고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난간을 붙잡고 앉아보았다.

찬바람이 불어와 뺨을 조금씩 얼리었다

이상하게도 춥지는 않았다.

그저 그렇게 무기력하게 눕기만하면 모든게 편안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내리쳐다본 광경은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깜깜한 하늘보다 어두웠고 두려웠다.

 

삶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나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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